2008년 08월 24일
글쓰기의 공중부양
초딩 ~ 중딩. 그러니까 중딩 들어가서 글이라곤 국어 숙제로 쓰는 저급 논설문 하나 제대로 긁적이지 못하는 찌질함을 주위에 증명하여 어머니가 나를 포기하게 하기 전까지, 나는 책상에 올려진 원고지만 보면 '억지 글짓기의 고문시간이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으로 속이 울렁거리고 치가 떨려했다. 내 기억 속에 남은 글짓기란, 치맛바람에 심취한 어머니의 강요(교내 최우수상을 타야 한다!)에 의해 밥상 머리(책상이 없었삼)에 붙잡혀 나오지도 않는 문장을 머리에서 쥐어 짜내다가 욕먹고ㅠㅠ, 결국 어머니의 타고난 작가의 재능을 받아적는 그런 이벤트 였다.
회상하자면, 어머니는 (비록 글은 쓰지 않으셨지만) 참으로 타고난 글쟁이셨다. 그 시절의 하층민이 대개 그러했듯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자라셨고 그 후에도 교육이나 공부는 커녕 먹물 근처에 갈 수 없는 형편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일만 죽어라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비상한 이야기꾼의 재담을 수시로 보여주셨고 맛깔스러운 단어와 비유가 넘치는 시를 취미로 쓰시곤 했다. 아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면 내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 중 하나가 되셨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너무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무튼 어릴 때, 나는 글쓰기가 너무나 싫었고 글도 지지리 못썼고 글쓰기를 잘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집에 글쓰기에 대한 책이 3권이나 꽂혀있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것도 다 자발적으로 산 거고 지금이나 앞으로나 나는 글을 더 잘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가슴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음을 느낀다. 하악 하악...
감히 국내 작가중 가장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이외수 선생뉨의 이 책은, 스티븐 킹 형님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은지도 까마득한 시간이 흘러 뭔가 신묘한 가르침을 주는 책에 굶주려 있던 나에게 좋은 선물이 되어 준것 같다.(아직 다 못 읽고 뒷부분이 좀 남았지만.; ) 추상적인 선문답 (포스를 믿어라 루크 <-이런 식)이겠거니 짐작했으나, 의외로 세세하고 실전 중심적이면서도 글쓰기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꿰뚫고 있어 무척 만족스럽다. 그렇다고 진짜로 공중부양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쿨럭.
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 by | 2008/08/24 18:07 | 책읽는 남자 | 트랙백 | 덧글(1)




